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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현대 비밀

유기 농산물과 건강 식품

by FraisGout 2020. 8. 28.

  건강과 장수에 효과가 있다고 소문난 것들을 찾아 다니는 사람이 많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이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일반인들의 건강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수영, 테니스, 조깅, 에어로빅 같은 운동을  즐기고 신선한 자연 식품이나 그것을 원료로 해서 
만든 건강 보조 식품을 찾는 경향이 생겼다. 건강 식품에 대한 관심은 서양에서 먼저 일었다. 미국의 경
우에는 건강·자연 식품을 전문으로 공급하는 연쇄점이  1960년대부터 고급 주택가에 자리잡았다. 유럽
의 경우도 일직이 산업화의 폐해를 경험했기 때문에 유기 농산물이나 자연 식품 또는 건강 보조 식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유기 농산물이란, 농약을 치지 않고 토지 자양분이나 인분  같은 자연 거름에 의
하여 재배한 작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본에서는 1970년대  일부 부유층이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자연 
식품을 찾기 시작했다. 이후 1980년대 들어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유기 농법이 보급되면서 유기 농산물
을 선호하는 애호가들의  수효도 늘어  났다. 이를테면 동경에  본점을 둔  주식회사 '내추럴 하우스'는 
1982년에 자연 식품과 자연 화장품의  제조 판매를 위해 문을  열었는데, 소비자의 호응에 힘입어 전국 
서른 곳에 직영점을 내기에 이르렀다. 우리 나라에서는 '풀무원'이 유기 농산물 시장을 선도했다. 협동농
장 체제인 풀무원은 1976년부터 유기 농법에 뛰어들었고,  1981년 서울 압구정동에 유기 농법으로 기른 
야채와 곡식을 파는 풀무원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을 개설했다. 이 농장은  점차 유기 농산물이 전국적 
유행으로 번지는 불씨가 되었고, 사람들에게 농약으로 기른  작물의 폐해에 대해 새삼 뒤돌아보게 만드
는 계기가 되었다. 유기 농산물 유행은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켜 1990년대 들어 '건강 식
품'의 유행으로 이어졌다. 1983년 풀무원이 건강 보조 식품의 효시가 된 '현미 효소'를 내놓아 이른바 '건
강 보조 식품' 유행을 이끌었고, 뒤이어 여러 회사에서 갖가지 상품을 발매하였다. 시장 또한 빠르게 성
장하여 1992년에는 4천 5백억 원, 이듬해에는 6천억 원의 매출고를 기록하는  호황을 맞았다. 급격한 판
매 확장에 힘입어 한때 건강  보조 식품은 마치 의약품처럼 사람들에게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건강 
보조 식품은 우리가 오염되지 않은 신선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고 가공 식품을 멀리 한다면, 굳이 사 
먹지 않아도 되는 품목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오염을 피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런 복
고 유행이 생겼다는 점에서, 기계 문명이  반드시 원시 문명보다 우월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 1990년대 초엽은 건강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루어진 시대이기도 했다. 이제  건강의 개념은 병이 
생기고 난 뒤에 회복하는 차원이 아니라,  평소에 이를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차원으로 전환된 것이다. 
늙은이뿐만 아니라 젊은이들 역시 건강 유지에 각별한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이런 가치관에 편승하여, 
곡식 가루를 미숫가루처럼 만든 이른바 '선식'과 야채에서 즙을 짜내 먹을 수 있는 '녹즙기'가 선풍적 인
기를 끌었으며, 흑염소즙, 포도즙 등에서부터 솔잎 음료,  목캔디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
은 건강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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