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동경통신공업이란 조그만 회사의 이부카 마사루 사장은 군대에 있던 친구로부터 '군에서 소리
를 녹음하는 장치를 썼다'는 얘기를 들었다. 마침 미국에서도 녹음기란 게 나왔다. 동경통신공업은 이에
착안해 녹음기를 만들어 보기로 작정하고 자료를 찾아보았으나 <음향 공학>이라는 참고서에 '1936년
독일의 AEG에서 플라스틱에 자기 재료를 바른 테이프 레코더를 발명했다'는 한 줄짜리 설명이 전부였
다. 이들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일본의 첫 테이프 레코더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은 1950년이었다.
1958년에는 이름을 소니(SONY)로 바꿨다. 소니는 '소리'를 뜻하는 라틴어 소누스(sonus)와 '어린이'를
뜻하는 소니(sonny)를 합쳐서 만든 말이다. 이후 소니는 초지일관 기술 혁신에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여
신제품을 만들어 내는 전략으로 시장을 선도해 나갔으며, 일본의 '작은 상품' 붐을 주도해 갔다. 1957년
에는 포켓 라디오, 1959년에는 트렌지스터 TV, 1961년에는 VTR 등 세계를 주도하는 상품을 계속 개발
했다. 그 중에서도 1979년에 출시한 워크맨은 휴대용 소형 카세트를 부르는 대명사가 될 만큼 큰 성공
을 거뒀다. 워크맨은 단순한 전자 제품 이상의 역할을 하였다. 즉, 음악은 한 자리에 앉아서 듣는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걸으면서 들을 수 있게 함으로써 워크맨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생활
양식의 변화까지 몰고 왔던 것이다.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Walkman)의 원래 제품명은 '사운
드어바웃'(Soundabout)이었다. '주위를 둘러싼 소리'라는 뜻으로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스테레
오 사운드를 자랑했다. 하지만 제품명에 대한 재검토 끝에 'walk'(걷다)와 'man'(사람)의 일본식 합성어
인 워크맨으로 최종 결정됐다. 움직이는 사람을 위한 오디오 시스템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워
크맨은 소니사의 회장인 모리타 아키오가 이 브랜드를 싫어하여 이름이 바뀔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모리타 회장은 '워킹 스테레오'(Walking Stereo)로 브랜드를 바꾸고 싶어했다. 그러나 실무자들의 반대로
결국 그 의견은 무산됐다. 워킹 스테레오가 문법적으로 정확한 용어일지 모르지만 휴대용 녹음기로서의
이미지는 워크맨보다 강렬하지 못하다는 게 이유였다. 이런 사연을 안고 태어난 워크맨은 오늘날 휴대
용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의 대명사가 되었다. 워크맨은 당시 가격 2백 달러로 비싼 편이었지만 대성
공을 거두었다. 이후 워크맨은 일본 젊은이들의 필수품이 되었고, 10년 만에 5천만 개나 팔리는 기록이
수립됐다. 워크맨이 얼마나 인기 있었는지 유사품이 잇달아 등장했지만 다른 가전업체에서 만든 제품도
같은 이름으로 통용되었다. 워크맨은 문화적으로도 대단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워크맨의 등장과 함께
'움직이는 음악'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또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을 때와는
달리 귀에 직접 전달되는 음악의 공간은 외부 세계와 철저히 차단된 가상 공간이라는 점에서, 워크맨은
개인주의 문화의 도래를 알리는 전주곡이기도 했다. 감수성 예민한 학생에게 워크맨은 혼자만의 세계를
만들어 주는 마술사였으며, 혼자 여행을 떠나는 젊은이에게 둘도 없는 벗이 되어 주었다. 워크맨으로 인
해 라디오 청취자가 늘어 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또한 독서와 조깅의 동반자로 자리잡은 워크맨은 출
퇴근 전철 소음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게도 사랑받았다. 음악은 무료함을 달래 주는 동반자이기도 하지
만 소음을 차단하는 기능도 수행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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