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folk)는 18세기경 미국에서 발생한 민요풍의 노래로, 미국 서부 개척기와 1940년대 공항기를 통
해 발전했으며 1950년대 말엽 대중적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킹스턴 트리오의 <탐 둘리>, 브라더스 포
의 <푸른 초원>, 피터 폴 앤 메리의 <레몬 나무> 같은 포크 송이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그러
나 포크가 활짝 꽃핀 것은 '저항의 물결'이 거셌던 1960년대 들어서였다. 당시 학생들이 본 미국 현실은
모순 덩어리 그 자체였다. 기성 세대들은 입으로는 민주주의와 평등 평화를 외치면서 흑인은 차별 대우
하고, 전쟁터로 젊은이들을 내몰았다. 그런 조국에 젊은이들은 회의를 품기 시작했고, 그 반발로 히피
문화와 함께 포크에 빠져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의 압도적 성원을 받으며 밥
딜런과 존 바에즈가 등장했다. 밥 딜런은 <바람만이 아는 대답>으로 반전 기치를 높이 들었고, 존 바에
즈는 <도나도나>로 자유의 가치를 설파했다. 포크에 대한 정서로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를 판가름할
정도로 포크의 영향력은 자못 막강했다. 그렇지만 이처럼 미국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던 포크의 파도는
1970년대 들어 그 기세가 한풀 꺾였다. 미국 사회가 보수적이었던데다, 전쟁이나 민주화처럼 저항하고
고무할 대상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포크가 우리 나라에 상륙한 때는 바로 이 무렵이었다.
1968년 11월 말, 남산 드라마센터 무대에 통키타를 둘러멘 젊은이가 섰다. <고무신>, <물 좀 주소>
같은 풍자적 포크 록으로 인기를 얻게 될 한대수였다. 포크 음악 본고장 미국에서 막 귀국했던 그는 이
공연을 통해 우리 가요에 포크를 도입한 첫 인물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이후 우리의 포크 음악사는 순
탄하지 못했다. 권위주의적 정치 사회 분위기는 포크에 깃들인 원초적 저항성을 용납하려 들지 않았다.
이런 갈등은 포크의 한국적 변형을 가져오는 요인이자, 아울러 포크가 대학 캠퍼스의 저항 음악으로
자리잡게 되는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1970년을 전후한 초기 포크 가요는 한대수, 서유석, 김민기가 주
도했다. 서유석은 '한국의 밥 딜런'을 자처하며 사회 풍자로 젊은이들을 사로잡았고, 김민기는 <아침 이
슬> 같은 토속적이고 메시지 강한 노래들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캠퍼스에서는 노래 운동의 차원에서
포크가 적극 선호되었으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저항 정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후 몇 년 간
은 포크의 황금 시대였다. 젊은 가수들은 한결같이 통키타를 다뤘다. 양희은, 박인희, 이필원, 송창식, 윤
형주, 김정호, 어니언스 등이 인기를 얻었다. 스스로 작곡하고 노래하는 '싱어 송 라이터' 시대도 이때 열
렸다. 하지만 1972년 '10월 유신'으로 상징되는 암울한 상황은 포크의 자유로운 정신을 압박하기 시작했
다. 한대수는 이 땅에 더 이상 노래 부를 자유가 없다며 미국으로 건너 갔고, 김민기는 요주의 인물로
낙인 찍혀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그리하여 대중적 포크는 가사와 멜로디가 서정적인 이른바 '포크 송'
으로 방향을 틀었다. <섬소년>의 이정선, <밤에 떠난 여인>의 하남석, <애심>의 전영록이 인기를 끌었
다. 상업적인 포크 송은 대중적으로 큰 호응을 얻었고, 이 무렵 직업 가수는 물론 대학생들도 '당연히
기타를 칠 줄 알아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젊은이 가요제', '해변 가요제', '강변 가요제', '대학 가
요제' 등이 잇달아 선보였으며, 젊은이들은 통키타의 세계에 깊이 빠져 들어 자작곡에 몰두하기도 했다.
통키타 음악은 1980년대 들어 생맥주 붐과 맞물려 더욱 유행하였으며, 조동진, 해바라기를 비롯해 한돌,
신형원, 강은철, 김광석, 안치환 같은 가수를 탄생시켰다. 특히 생맥주는 호주머니 사정이 빈약한 대학생
들에게 사랑받으며 이른바 청춘 문화의 전매 특허로 자리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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