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은 현재 한국, 일본, 중국 사람들이 주식처럼 먹는 식품이지만 그 유래는 다소 복잡하다. 우선 '라
면'이라는 이름은 중국어 '라미엔'(la-mien)에서 유래했다. 중국에서는 밀가루 반죽을 판 위에 치고 잡아
당기곤 하여 가늘고 길게 뽑아 내는 요리 기술을 '랍면'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라면'은 중국의 건면
이 화교들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 간 것을 일본인 사업가가 '현대화'한 것이다. 인스턴트 라면은 한 일본
인이 밀가루 튀김에 힌트를 얻어 개발해 냈다는 것이 정설이다. 1958년 일본 오사카의 안도 시로후쿠라
는 사업가가 '덴뿌라' 집에 들렀다가 밀가루 튀김 만드는 것을 보고는 '국수'(중국 건면)도 튀겨 내면 되
겠다는 착상을 하게 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시로후쿠는 담백한 음식을 즐기는 일본인들의 식성을 감
안하여 순한 맛을 내되, 당시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인해 일반인들에게 지방, 단백질 결핍이 심한 점을
감안해 닭기름에 튀기기로 결심했다. 처음엔 수프가 따로 없고 면에 양념 국물을 가미해 튀긴 형태였지
만, 치킨 라면은 1958년 발매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일본의 밤거리에는 라면을 파는 포장 마
차들이 대거 등장하여 서민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았으며, 엄청난 소비량에 힘입어 라면을 고안한 시
로후쿠는 일본 최대의 식품 회사인 닛신의 사장이 되었다. 라면은 실용성을 추구하는 일본인의 독특한
소비자 중심주의에서 태어났지만, 국물 맛에 지방마다 나름의 특색을 가미하는 지혜도 보여 주었다. 오
늘날에도 돼지고기, 닭고기뼈 수프, 미소(일본식 된장), 간장 등 국물 맛을 내는 주 재료에 따라 규슈,
홋카이도, 간토 지방의 라면 맛이 다르다. 일본 요코하마에는 라면 박물관이 있으며, 박물관 지하 식당
가에는 전국에서 엄선된 8개의 유명 라면집들이 위치해 저마다 특색 있는 맛을 자랑하고 있다. 국내에
처음으로 라면이 등장한 때는 1963년 9월이다. 당시 콩기름 공장을 운영하고 있던 삼양제유의 전중윤
사장이 일본에서 라면을 처음 보고 적절한 대용 식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국내에 도입한 것
이 계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최초 라면인 '삼양라면'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냉
담했던 것이다. 그 무렵 우리 나라 사람들은 꿀꿀이죽(한그릇 5원)으로 목숨을 이어가던 비참한 형편이
었는데 라면 값은 10원이었던데다 밀가루 음식이었고 맛 또한 싱거웠기 때문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
까지 전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맛을 좀더 맵게 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마늘, 고추
등으로 수프를 보강한 뒤부터 점차 매출이 늘어 났으며 유사업체가 난립하게 되었다. 오늘날 라면은 동
양에서 주로 소비되지만 인스턴트 문화의 확산과 더불어 서양에서도 소비가 늘어 나고 있다. 물론 서양
의 라면은 일본의 싱거운 맛이나 우리 나라의 매운 맛과 달리 그 지역에 맞게 현지화되어 있다. 젓가락
을 잘 쓰지 않는 서양에서는 플라스틱 포크로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면발이 짧아졌으며 육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고기를 넣지 않은 라면도 나왔고 유럽 라면에는 국물 대신 크림 소스가 들어가기도
한다.
'근, 현대 비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틀스에게 훈장을 (0) | 2020.08.28 |
---|---|
바비 인형과 공주병 (0) | 2020.08.28 |
흑인 목소리를 가진 백인 가수 (0) | 2020.08.28 |
패션 안경 마릴린 먼로 (0) | 2020.08.28 |
3천 년 전의 미스 유니버스 대회 (0) | 2020.08.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