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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현대 비밀

풍향계에 수탉이 올라앉게 된 사연

by Frais 2020. 8. 26.

  서양에는 풍향닭이라는 것이 있다. 교회의 뾰족탑 위에 있는 풍향계를 말한다. 이것은  흔
히 쇠나 동판을 수탉 모양으로 만들어 피뢰침 막대 끝에 붙인  것인데, 닭머리는 항상 바람
이 부는 방향을 가리키게 된다. 서양인들이 풍향계를 닭 모양으로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주역의 팔괘에서 닭은  손에 해당된다. 
손의 방위는 여명이 시작되는 남동쪽으로 동양 문화에서 닭이 새벽을 알리는  동물로 간주
되는 것은 여기서 기인한다. 서양의 기독교 문화에서도 닭은 아침을 알리는 동물로  독수리, 
어린 양과 함께 그리스도의 표상으로 여겨져 왔다. 밤새  횡행하던 귀신이나 요괴들이 새벽
녘 닭울음 소리와 함께 지상에서 일시에 사라진다는 닭의 주력에 관한 민간의 믿음은  동서
양이 똑같은 것이다. 풍향닭은 그리스도가  피체되었을 때 방황하던 베드로가  수탉의 힘찬  
목소리에 자기 잘못을 깨달았다는 성서의   이야기에서 연유한다. 은총과 부활의  상징으로 
교회나 성당의 첨탑에 닭  모습이 붙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즉, 교회의 풍향닭은 사람들을 
깨우치고 인도하는 상징물인 것이다. 그런데 1889년경 미국에서는 새로운 풍향계 문화가 유
행하였으니, 기독교 문명권인 유럽 국가에서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현상이었다. 미국인들
은 교회가 아닌 일반 건물이라도 피뢰침을 겸한 풍향계를 달았는데, 이때  풍향계 모양은 '
수탉'이 아니었다. 물론 수탉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보다는 '미국'의  상징인 독수
리나 당시 주요한 교통 수단이었던  말 또는 마차 모양의 풍향계가  인기를 끌었다. 풍향계 
소비가 많아지자 풍향계를 대량 생산하는 공장이 생겼으며, 갖가지 풍향계 모양을 선전하는 
광고물까지 등장하였다. 이처럼 미국에 다양한 풍향계 바람이 분 것은 높은 건물의 대량 건
축과 함께, 유럽에  비해 자유주의적인 정서가 강했던 데서 기인한 것으로 여겨진다. 곧 정
치적인 자유가 풍향계의 자유로 이어졌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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