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의 세계

  동물들의 연기나 사람들의 아슬아슬한 묘기로 구성되는 '서커스'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
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현대식 서커스와 관련된 재주나 연기의 대부분은 고대에 그 기
원을  두고 있다. 예를 들면 곡예, 텀블링, 밧줄타기, 공던지기, 동물 묘기 등이 그것이다. 그
러나 18세기까지만 해도 이러한 여러 연기들을 묶어서 조직적인 공연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없었다. 그나마  여러 연기들을 묶어서 조직적인 공연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없었다. 그나마 
이런 종류의 오락으로 구성된 가장 유사한 조직이 등장한 것은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장
터에서였다. 초기의 장터는  한쪽 편에 유흥거리를 곁들인 상거래 장소였다. 그러나 상업이 
발전하여 도시에 상설적인 시장이 형성됨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서는 장은 주로 오락만을 위
한 곳으로 변하게 되었다. 현대적인 의미의 서커스는 1768년 필립 애슬리라는 한 영국의 말
타기 곡예사가, 빠른 속도로 원형 공연장을 돌고 있는 말 등에 서는 것은 원심력 때문에 가
능하다는 점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사실을 이용하여 관중을 모
으고자 공연장 안에 관중석과 지붕을 설치하고 마술을 공연하였다. 그는 또한 안장 없는 말
타기 묘기에  적절한 공간은 직경 12.8미터의 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후 이것이 서커스 공
연장의 표준 면적이 되었다. 그의  기수 중 한 사람이었던 찰스 휴즈는 1782년 근처에 자신
의 링을 만들어 독립해 나가면서 공연단의  명칭을 '로열 서커스'라고 불렀다. 이것이 바로 
서커스라는 이름을 현대적으로 사용한 최초의  예이다.  서커스는 19세기 들어서  본격적인 
흥행거리로 유럽 전역에 퍼지기 시작했다. 19세기  초에 반 암부르크라는 흥행사가 야생 동
물의 연기를 서커스의 일부로  포함시켰는데,  그는 사자의 입  속에  자신의 머리를 넣은   
최초의 사람이었다. 
1859년에는 프랑스의 줄레 레오타드가 공중그네타기를 고안해  냈으며, 이후 공중 묘기들은 
서커스 레퍼토리 중 가장 스릴 있는 테마가 되었다. 하지만  서커스의 최고 인기 종목은 말
을 이용한 묘기였다. 공중그네나 밧줄타기가 어른들을 위한 오락거리라면 마상 서커스는 어
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경거리였던 것이다.
  188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서커스가 유행했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말을  이용해 어
떤 묘기를 부리는가에 모아졌다. 말 등에서 이리저리 두 다리를 교차시키는 묘기, 달리는 말  
등 위에서 한쪽 다리로만 서 있는 묘기 등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고, 말을 호령하여 두 
발로 서게 하거나 눕거나 일어서게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르누아르, H.T. 로트렉, G.  쇠라 
등 19세기 말엽 인상주의를 선도했던 화가들이 서커스를 주제로 한 그림들을 다투어  그린 
것은 이런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에 다름아니다. 마상 서커스가  인기를 끈 것은 동물
에 대한 잠재적 호기심 외에 스피드감을 아울러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리 넓다고 할 수 없
는 원형 극장 무대를  말 한 마리(또는 두 마리)가 빙글빙글 빠르게  돌고, 재주꾼이 말 잔
등 위에서 갖가지 묘기를 부리는 것은 언뜻 보기에도 아슬아슬해 보인다. 지역에 따라 서커
스의 내용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유럽의 서커스가 주로  묘기를 '심각하게' 보여 주는
데 반해 미국의 서커스는 유머를 간간히 섞어 웃음을 유발하였다. 또한 유럽의 서커스는 한
곳에서 비교적 오랜 기간 공연하는데 비해 미국에서는 이리저리 순회공연을 하는 게 유행이
었다. 특히 19세기 말엽 미국에서는 철도를 이용한 '트레인 서커스'가 전형적인 서커스 형태
로  유행하였으며, 규모가 작은 서커스단은 밴드왜건 마차로 전국을 유랑하기도 했다. 한편, 
'밴드왜건'이란 말은 1890년대부터 미국 뉴욕의 정계에서, 정치가나 정치 집단이 어떤 강령
을 내주고 그것을 널리 홍보하기 위해 유세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용어로 변질되어 널리 쓰
이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도 서커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볼거리로 통하고 있지만, 마상 서커
스는 상당히 위축되었다. 요컨대 자동차가 넘쳐 나는 세상에서 마상 서커스는 더 이상 스피
드감 넘치는 묘기로 여겨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신  코끼리나 곰,  호랑이, 사자 같은  맹
수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다. 맹수를 애완견 다루듯 하는 묘기가 신기하게 여겨지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