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는 본래, 의복의 솔기(옷의 두 폭을 맞대고 꿰맨 줄)를 아름답게 꾸미거나 천을 보강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점차 장식에 중점을 두게 되면서 그리스, 로마, 이슬람, 중국 등과 같은 세
계 각지에서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비잔틴 제국과 시칠리아가 자수의 중심
지로 자리잡았으며, 교회 제단을 장식하는 천이나 교황, 황제의 예식복 등의 자수가 이 지방의 전문적인
공방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점차 유럽 각지에서 제 나름의 자수 기술이 발달하였고, 자수 무늬도 예술
의 수준에까지 육박했다. 13∼14세기는 종교를 주제로 한 영국 자수의 전성 시대로, 작품의 대부분이 성
경 내용을 표현한 것이었다. 16세기에 이르러 샘플러(견본자수)가 탄생함에 따라, 자수 문화는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보고 따라하기만 하면 되는 '견본 자수'가 사람들의 관심을 대대적으로 불러일으킨 것이
다. 이제 솜씨 서투른 여자들도 아름다운 자수 솜씨를 뽐내기 위해서, 혹은 집 안을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해서 다투어 샘플러를 익히기 시작했다. 또한 이 무렵부터 자수 무늬가 종교적 색채를 벗어나 당시의
생활 보습을 표현하기 시작했으니, 이는 여성들의 동기를 유발시키는 데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하였다. 자
수 기법의 대다수는, 어떤 지방에서 시작된 것이 이웃 국가로 전파된 다음, 그 지방에 어울리는 방법으
로 정착되는 과정을 밟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자수 기법보다는 자수 무늬가 변화를 겪었는데, 그 지방의
전통적 모티브가 자수 무늬에 반영되었던 것이다. 견본 자수는 19세기 초엽 미국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
다. 특히 이곳에서는 견본 자수나 자수를 놓은 그림과 검은 테두리 그림들이 매우 유행했으며, 자수 형
태는 '베를린 모자수'(손으로 칠한 도안 위에 수를 놓는 것)로 알려진 일종의 니들 포인트였다. 미국에서
견본 자수는 자수법의 목록으로만 사용한 게 아니었다. 학교 실습품으로, 또는 날짜와 학생 및 교사의
이름을 표시하는 도구로 쓰였으며 각종 예술품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견본 자수는 사각형 형태가 기
본이었고, 좌우 대칭 무늬가 일반적이었다. 미국 자수의 특징은 매우 실용적이면서 동시에 단순하다는
점이지만, 또한 유럽과 달리 제작 날짜를 밝혔다는 점에서도 독특하다. 미국인들은 견본 자수로 테이블
을 장식하거나 액자에 담아 벽에 걸어 놓기도 했다.. 19세기의 견본 자수는 주로 캔버스 천 위에 비슷한
방식으로 수놓았으므로, 오늘날 남아 있는 견본 자수 중에는 비슷한 것이 많다.
'근, 현대 비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견과 쥐 사냥 도박 (0) | 2020.08.26 |
---|---|
크루즈 문화의 태동 (0) | 2020.08.26 |
웃지 않으려 해도 웃게 만드는 가스 (0) | 2020.08.26 |
스포츠와 섹스의 상관 관계 (0) | 2020.08.25 |
수학여행의 유래 (0) | 2020.08.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