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세기의 귀족들은 자기 아들들을 외국에 보내 1∼2년 여행하도록 했다. 교육의 마지막 단계로
행해진 이 여행은 이른바 '유럽 대륙 순회 여행(Grand Tour)으로 불렸다. 가정 교사와 함께 여행하면서
젊은이는 어학 실력을 향상시키고 유럽 대륙의 문화를 흡수한 뒤, 성숙한 인간이 되어 귀국했다. 오늘
날 학교에서 단체로 떠나는 수학 여행은 여기에서 유래한 관행이다. 유럽 대륙 여행은 이론보다는 경험
을 바탕으로 한 현실을 중시하는 영국인 특유의 가치관에 의해서 탄생했지만, 그 유래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의 지식층은 여행이 교육적이란 사실을 알고 여행하기를 즐겼는데, 18∼19세기의 영
국 귀족들도 역시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영국인들은 특히 유적지 여행을 좋아해 그리스, 로마, 파리
등을 주요한 여행지로 삼았다. 19세기 말엽에는 이집트가 인기를 끌었다. 특히 19세기에는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여행에서 무언가 교훈을 얻고자 했다. 그래서 이집트 여행자들에게는 피라미드에 오르
는 길이 필수적인 코스처럼 되어 있었다. 현재는 피라미드 진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마치 등산
하듯 피라미드에 오르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러나 이 코스는 뚱뚱한 사람들이나 그들의 짐꾼에게는 여
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래서 중간까지만 올라간 다음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여행이 유행하고 활발해짐에 따라 여행 산업이 새롭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19세기 초부터 프랑스, 노
르웨이, 이탈리아 등이 관광국으로서 막대한 이윤을 보게 되자 관광에 무형의 수출이라는 능동적 개념
이 도입되었다. 이 시기에 '근대 관광 산업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의 토머스 쿡 목사가 여행 알선업체
를 창설하였다. 그는 1863년 최초로 런던에서 파리까지의 단체 관광을 주선했다. 이 무렵 여행 안내서도
봇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1820년대 말 독이 청년 칼 베데커는 유서 깊은 마을들을 여행하다가 안내
서에 없는 지명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안내서의 판권을 사서 다시 제작했다. 그리하여 여
행 안내서의 대명사격인 <베데커 여행 안내서>가 탄생했다 베데커는 여행 안내서를 처음 쓴 사람은 아
니지만 정확성과 신중한 표현으로 여행안내서의 질적 수준을 높였기에, 세월이 흐르면서 모든 여행 안
내서는 '베데커'로 알려지게 되었다. 별의 개수로 숙박업소의 등급을 매기는 독특한 평가 방식을 처음
선보인 사람도 베데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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