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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현대 비밀

'너저분한 악기' 피아노

by Frais 2020. 8. 25.

  피아노는 1709년 이탈리아 악기 제조공 크리스토포리가 당시 건반 악기로 위세를 떨치던 '하프시코드'
와 '클라비코드'의 단점을 개량하여 만든 악기다.  소리의 강약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탈리아어로 
'피아노 에 포르테'(약하고 강하게)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것이 그대로  '피아노'라는 악기 이름으로 굳
어졌다. 정식 이름은 피아노포르테이다. 88개의 건반을 가지고 있는 피아노는 음량이 풍부하고 셈여림의 
변화를 조정하기 쉬우며 여러 가지의 음을 동시에 칠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다. 때문에 화성 악기의 기
능과 선율 악기의 기능을 둘 다 가지며, 독주용뿐만 아니라 반주용으로도 쓰인다. 하지만 피아노는 탄생 
초기 사람들로부터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많은 음악가들은 '너저분한 악기'라고 비난했으며, '음악
의 아버지' 바흐도 피아노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피아노 발명 당시엔 사회 전반에 형식과 규율을 중시하
는 고전주의적 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에, 음악가들은 '딱딱' 부러지듯  소리나는 악기를 좋아했고, 소리
의 여운을 통해 마음의 결을  표현하는 이 악기를 싫어했던 것이다.  피아노를 중추적 악기로 부상시킨 
사람은 모차르트(1756∼1791)와 베토벤(1770∼1827)이었다. 두 사람은 피아노를 이용하여 주옥같은 소나
타와 교향곡들을 작곡함으로써, 음악가들의 관심을 촉발했다. 그 뒤 많은 작곡가들이 피아노용 연주곡을 
작곡했으며, 쇼팽, 리스트 등 뛰어난 연주가들이 등장하여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18세기 중엽 다양
한 형태의 피아노가 널리 퍼졌으며, 19세기 초에는 중상류층 가정에 피아노 소유  붐이 일기도 했다. 19
세기 영국에서는 가정 음악회가 유행하였기 때문에  중산층 숙녀에게 피아노 연주는 필수  교양이 되었
다. 숙녀들은 저녁 모임에서  피아노를 연주함으로써 자신의 교양을  뽐냈으며 가족들은 피아노 연주를 
듣거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곤 했다. 현재 영국에서의 '치즈 와인 파티'는 이 전통에 기인
한 것이다. '치즈 와인 파티'란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 식사 후에 응접실을 개방하면서 포도주와 치즈
를 내놓는 간소한 사교 모임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러한  사교 모임은 유머 감각의 가치를 깨닫게 만들
어 영국인 특유의 고급 유머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오늘날 현대 여성이 익혀야 할 재주 중에 피아노 연
주 실력이 포함된 것은 19세기 영국 문화로부터 비롯된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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