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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현대 비밀

'각선미'와 나일론 스타킹

by Frais 2020. 8. 28.

  1938년 뉴욕에서 스타킹이 첫 선을 보이던 날, 미국 여자들은 한정된 수량의 스타킹을 사려고 상점이 
문을 열기 몇시간 전부터 장사진을 이루었다. 서민들은 물론, 사랑 때문에 영국  국왕 자리를 버린 사건
으로 유명한 윈저 공도 심프슨 부인을 위해 이  구매자 대열에 기꺼이 합류하였다. 나일론 스타킹의 인
기는 실로 대단했다. 스타킹을 산  부인들이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길가에서  다리를 치켜 들고 신기한 
스타킹을 신는 모습들이 신문에 실려 화제가 될 정도였다. 이런 열기에 힘입어 듀퐁사가 '석탄,물,공기가 
당신의 몸을 감쌉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미국  전역에서 판매한 '나일론 스타킹'은 시판 첫날 
4백만 켤레가 팔리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나일론'(nylon)이라는 명칭이 붙은 합성 섬유가 최초로 사용된 
제품은 1930년대 중엽 듀퐁에서 내놓은 칫솔모였다.  이어 낚싯줄, 외과용 봉합사로도 사용했다. 그러나 
나일론이 정작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여성의 다리를 감싸는 스타킹 소재로 사용되면서부터였
으며, 이때부터 나일론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나일론 스타킹은 거미줄처럼 가늘면서도 천연 
섬유보다 탄력적이고 부드러워 여성들이 아주 좋아했다. 투박스럽고 쉽게 느슨해지는 면 스타킹에 비해 
가볍고 윤택이 나며 탄력이  강한 나일론 스타킹은 세계  여성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으니, 1940년대는 
가히 나일론 스타킹의 시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나일론 스타킹의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전쟁(제2차 대전) 때문에 소비 물자 생산을 제한하자 여성들이 스타킹을 사려고 길게 늘어선 풍
경이 심심찮게 보였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런 까닭에 윈저 공도 아내를 감동시키기 위해서는 끈질긴 
인내심을 발휘해야 했던 것이다. 1945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매장에는 1만여 명의 고객이 한꺼번에 몰려 
큰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일론  스타킹은 제2차 대전이 끝난 후  경기 호황과 맞물려 더욱 인기를 
끌었으며, 여성들은 늘씬한 각선미를 자랑하는 데 더없이 안성마춤인 나일론 스타킹을 필수품처럼 여기
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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