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는 3세기 북유럽 지방에서 가난한 이웃에게 선물을 나눠 주던 성 니콜라스가 그 효시이다.
성 니콜라스는 연말이 되면 부엌을 통해 어린이들을 찾아가는데, 지난 한 해 동안 착한 일을 한 어린이
에게는 선물을 주고 나쁜 일을 한 어린이에게는 함께 다니는 루프레히트로 하여금 이름을 적게 하였다
한다. 또 다른 일설에는 성 니콜라스가 파산한 한 상인의 가난한 세 딸에게 시집갈 밑천으로 금화 한
뭉치씩을 몰래 선물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금화 뭉치를 한밤중에 창문으로 던져 넣었는데 공교롭게
도 굴뚝 옆에 말리기 위해 걸어 놓은 양말 속으로 떨어졌던 것이 양말 풍습의 유래가 됐다는 것이다.
이 산타 할아버지의 전설은, 19세기 초부터 미국 일부 지방에서 크리스마스 때 그 풍습이 재현되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하였다. 산타에 대한 관심은 점차 증폭되어 19세기 말에는 시집 표지나 크리스마스 카
드에 담배를 피우는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사슴과 썰매는 눈이 많이 내리는 북유럽 지방의 자연
환경 때문에 연상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다 20세기에 들어서는 빨간색 둥근 모자를 쓴 흰 수염 덥수
룩한 할아버지가 여기저기 선보였고, 일부 사람들이 흰 수염을 달고 빨간색 둥근 모자를 쓴 채 산타클
로스 할아버지 노릇을 했다. 그러다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 즉 뚱뚱한 몸집에다 맘씨 좋게 생긴
얼굴에 새하얀 수염이 무성하고 특유의 붉은색 외투와 붉은색 삼각형 모자, 굵은 가죽 벨트를 걸치고
있는 산타클로스의 모습은 1931년 미국의 코카콜라사가 처음으로 만들어 냈다. 코카콜라사는 겨울철
콜라의 판매량이 격감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홍보 전략의 일환으로 자기 회사의 삽화가 프레드 미젠
을 통해 당시 각양각색이던 산타의 모습 대신 따사롭고 풍요로운 이미지를 주는 새로운 모습의 산타클
로스를 창조했다. 산타의 옷 색깔을 붉은색으로 선택한 이유는 따뜻함을 느끼게 할뿐만 아니라 붉은색
의 강렬함이 눈에 잘 띄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이 산타 할아버지를 잡지 광고 및 포스터 그리고 입간
판에 대대적으로 등장시켰는데, 이 산타의 모습이 바로 오늘날의 산타 할아버지 상이다.
이 광고에는 크리스마스 때 가장 바쁜 인물인 산타클로스도 코카 콜라 한 잔을 마시면 기분이 상쾌해
진다는 뜻의 간결하고 짧은 카피 "Me, too"(나도!)가 곁들여졌다. 광고는 대대적인 인기를 끌었고 코카
콜라사는 이 시리즈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갔다. 아울러 어른들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린이에게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의 환상을 심어 주는 것을 당연시하게 되었다. 한편 코카콜라사의 삽화가 프레드 미젠
이 창조했다는 산타클로스는 기실 당대의 유명한 삽화가 노먼 록웰의 작품을 차용한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노먼 록웰은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산타 할아버지를 주제로 한 삽화를 발표했는데, 1931년
이전에 그려진 삽화에서 '현대적' 산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록웰이 그린 삽화 중 몇 가
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확실히 그런 느낌을 받는다. 1916년의 삽화에는 아가씨의 손에 현대적 산타클로
스 인형이 들려 있으며, 1922년의 삽화에는 빨간색 고깔을 쓴 요정들과 흰 수염 덥수룩한 산타 할아버
지가, 1927년의 삽화에는 빨간색 둥근 모자를 쓰고 활짝 웃는 흰 수염 산타가 그려져 있다. 요컨대 록웰
의 삽화에서 힌트를 얻어, 미젠이 현대적 산타클로스를 창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산타클로스는 원래 북
유럽의 전설에 등장하는 인물이지만 오늘날 미국적 산타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것은 미국 문화의 파괴
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다시 말해, 미국인들은 전통이 없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원용하여 새로운 미국적 상징물을 창조해 내곤 했는데, 그것을 주체 의식 없이 그대로
받아들임에 따라 '세계화=미국화'라는 강대국 중심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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