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의 아버지, 거버

  댄 거버는 29세 때인 1927년 여름 어느 일요일 저녁, 외출을 위해 부인의 준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
인은 생후 7개월 된 딸의 저녁 식사용 야채 스프를 만들고 있었는데, 도무지 시간 가는 줄 몰라했다. 지
루함을 못 이긴 거버는 자꾸 부인을 재촉했다. 그 순간 그녀는 아기 음식을 마련해 먹이는 일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를 남편에게 가르쳐 주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아기에게 줄 완두콩을 통째로 부어 남편의 
무릎 위에다 놓고는 반죽을 만들라고 했다. 거버는 그 일을 직접 해본 뒤 곧 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되
었다. 그 지루한 경험을 통해 거버는 사업적 영감을 얻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와 같이 운영하는 통조림 
공장에서 반죽된 아기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과 사업적 타당성을 검토하였다. 당시 아기에게 반죽
된 음식을 먹이는 주부도 있긴 했으나 일부에 불과했다. 만들기가 번거로워 대부분의 주부들은 액체 음
식만을 아기에게 먹이고 있었던 것이다. 약방에서 파는 것이 있었지만 가격이 35센트나 되어 웬만한 신
혼 부부들은 엄두를 못 냈다. 거버는 수요를 더욱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시장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매우 희망적이었다. 유아식 한 통 가격이 15센트 정도이고 또 약방보다는 식료품 가게에서 판다면 주부
들이 이를 구입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는 아기  입맛에 맞는 유아식을 개발하기 위해 오랜 시간
을 두고 연구에 몰두했다. 시제품 테스트 결과, 반응이 좋았다.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이다.
  거버는 제품을 발매하면서 주부 잡지에 광고를 실었다.  그제까지 이유식 광고는 없었기에 큰 관심을 
끌었고 3개월 만에 거버 유아식은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거버 회사가 단기간 내에 성공을 거두자 큰 
식품 회사들이 다투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럼에도 거버 회사는 이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
두 주자 자리를 지켰다. 그것은 '거버=유아식 전문 회사'라는 이미지 전략에 힘입은 바  크다. 1928년 거
버 회사는 건강하고 행복한 아기의  삽화를 공모했다. 접수된 수많은 삽화  중에 목탄으로 아기 얼굴을 
스케치한 미완성 작품이 하나 있었다.  그 그림을 제출한 화가 도로시  호프 스미드는 작품의 미완성에 
신경이 쓰였던지 단서를 달았다. 회사에서  염두해 두고 있는 아기의 나이와  크기를 감안해 그 삽화를 
완성해도 좋다는 제의였다. 그러나 이 스케치는 완성되지 않았다. 더 손을 댄다면 아기의 신선하고 천진
한 모습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회사측에서 판단했기 때문이다. 거버 회사는 그 스케치를 그대로 구
입한 후 대대적으로 '거버 베이비'  홍보 작전을 폈다. 거버 유아식  병에 그려진 아기의 얼굴은 이렇게 
완성된 것이다. 이제 미국에서 아기에게 거버 이유식을 먹이는 일은 하나의 유행이 되었다. 거버 회사는 
1930년대 초 유아 양육과 아기들의 건강을 주제로 한 일련의 책을  출간하고 1952년에는 유아식 회사로
는 최초로 TV 광고를 시도함으로써 유아식 전문 회사의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완두콩으로 아기 
음식을 만들던 아내의 짜증 때문에 사업의 계기를 마련한 거버의 회사는 오늘날 세계 최대의 유아식 제
조 판매 회사로 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