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27세의 청년 월트 디즈니는 아내와 함께 뉴욕에서 할리우드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그의 마음
은 불안과 착잡함, 그리고 막연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몹시 복잡했지만 여행 내내 사업 구상에
몰두했다. 그러던 차에 기차 안에서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디즈니는 갑자기 '쥐'를 주인공
으로 한 작품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사람처럼 두 발로 서서 사랑하고 다투고 장난치는 귀여운 애증의
드라마를 생각해 낸 것이다. 언뜻 아무것도 아닌 듯하지만, 사람들이 불쾌한 동물로 여기는 쥐를 유쾌한
성격을 가진 동물로 묘사하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기발한 것이었다. 디즈니가 움직이는 동물 만화를 기
획한 데에는 '움직임의 최면 효과'를 간파한 재능도 한몫 했다. 그 무렵 디즈니는 움직임이 사람을 최면
상태에 빠지게 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 TV를 '바보 상자'라고 비판하는
것과 일맥 상통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 생각 없이 화면의 움직임만을 따라 가는 사람
들의 행태는 눈으로 보는 쪽이 마음 속으로 판단하는 것보다 영향력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인데
이것을 디즈니는 일찍 깨우쳤던 것이다. 디즈니는 할리우드에 도착하자마자 명랑하고 활달한 장난꾸러
기 쥐인 '미키 마우스'를 주인공으로 삼아 <미친 비행기>, <갤러핀 가우초>라는 2편의 단편 영화를 구
상했다. 그러나 무언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 없었는데 이때 대중 가수 알 존슨을 등장시킨
새로운 유성 영화 <재즈 가수>가 나왔다. 디즈니는 그 영화를 보고 난 뒤 무릎을 쳤다. "그래. 바로 이
거야! 영화에 음성을 삽입하는 거야. 뒤집어 생각해서 만약 동물이 사람처럼 말을 한다면 틀림없이 엄청
난 인기를 끌 수 있을 거야." <재즈 가수>를 통해 음성을 넣은 만화 영화의 가능성을 확신하게 된 디즈
니는 구상 중이던 2편의 무성 영화를 제쳐 놓고 음성과 음악을 넣어 <증기선 윌리>라는 미키 마우스
만화 영화 3편을 재빨리 제작했다. 사람이 동물에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동물이 사람처럼 말
을 하거나 사람에게 말을 하는 모습은 신기한 느낌을 불러일으킬 것이 틀림없었다.
미키마우스의 첫 목소리는 디즈니 자신이 불어 넣었다. 이때 월트 디즈니는 미키가 내는 고음의 목소
리를 보완하기 위해 소들의 목에 매다는 종, 휘파람, 양철 냄비 등의 소리들을 배경 음악에 삽입했다.
특히 화제가 된 것은 <증기선 윌리>의 주인공인 미키 마우스가 파트너 미니 마우스와 함께 산양 꼬리
를 축음기 핸들처럼 돌려 그 산양의 입에서 <터키 인 더 스트로>라는 곡이 나오도록 묘사한 장면이었
다. 디즈니는 스피드와 음행이 사람들에게 끼치는 최면 효과를 마술사처럼 알고 있었으며, 그것에 유머
(웃음)라는 조미료를 첨가해 맛을 더했던 것이다. 이 영화는 1928년 등장하자마자 이대 화제가 되었으며
미국 전역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미키 하우스'에 대한 관심은 대단해서 당시 대통령 루즈벨트도 디즈니
의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빼 놓지 않고 구경하였다고 한다. 디즈니는 대대적인 성공에 고무되어 1930
년 미키 마우스를 활용한 캐릭터 사업에도 진출했으니, 이것이 오늘날 캐릭터 사업의 효시이다. 미키 마
우스 캐릭터는 주로 장난감에 활용되었으며, 미국은 물론 유럽의 어린이들로부터도 엄청난 인기를 끄는
유행 상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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