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용 모자는 남성용 모자에 비해 그 종류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샤포(chapeau), 클
로슈(cloche), 보닛(bonner), 터번(turban) 등이 애용된다. 샤포는 넓은 챙과 우아한 곡선이
특징이며 가장 여성적이면서 우아한 느낌을 주는 모자로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1980년
대에 애용했다. 주로 니트로 짠 종 모양의 클로슈는 눈썹 아래까지 푹 눌러 써 귀여운 소년
의 느낌을 주며 1920년대에 샤넬 등 파리의 진보적 여성들이 즐겨 썼다. 밀짚모자 보닛은
미국 서부 소녀의 청순함을 느끼게 해 주며, 머리에 칭칭 감는 터번은 이국적인 느낌을 준
다. 본격적인 여성용 모자가 착용된 것은 기원전 2000년께 지중해 크레타 섬에서였다. 그 당
시 모자는 높이 솟은 컵 모양에 얇은 테가 달린 것으로 1910년경 프랑스 파리에서 유행했던
챙 넓은 모자 '샤포'의 모양과 닮아 있었다. 이후 모자는 사람의 신분과 계급을 구별 짓는
가장 강력한 표상이 됐다. 고대 아테네와 로마의 예술가들은 원뿔형 모자를 쓰고 펠트 직
물로 달걀 모양의 화관을 만들어 모자를 장식했는데, 이 모자에 두른 띠 아래쪽 튀어 나온
부분은 후에 챙으로 변화되었다.
로마에서 이러한 캡은 서민 계급을 나타내는 표시로, 노예들이 자유의 몸이 될 때에는 캡
을 선물로 받았다. 한편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말년에 모자를 쓰지 않고는 절대로 외
출하지 않음으로써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17세기경부터는 여성들이 패션으로
모자를 쓰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바로크 시대에는 괴상하게 부풀린 머리 모양과 함께 갖가지 모자들이 유행하였으며, 1910년
경에는 중산층 여인이 모자를 쓰지 않고 외출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무례한
행동으로 여겨졌다. 특히 1910년경 프랑스 파리는 '모자들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모자 유행의 절정을 구가했다. 이때의 모자는 꽃이나 리본으로 한껏 멋을 부린 화려한
샤포가 주종을 이루었지만, 한편으로 터키 사람들을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터번 또한 인기를
끌었다. 모자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형성한 사람도 있었으니, 1930년대의 영화
배우 마를렌느 디트리히와 그레타 가르보가 그들이다. 두 사람은 모자를 이용해 자신의 개
성을 굳힌 것으로 유명하다. 약간 비스듬히 쓴 샤포에 가려 가르보의 얼굴에 생긴 매혹적
인 그림자는 '가르보의 그림자'라는 미학적인 패션 용어까지 탄생시켰다. 하지만 2차 대전
이후 형식 문화와 전쟁 문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실용성이 중시되면서 모자에 관심은 급격히
사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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