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치 코트(trench coat)의 대명사인 바바리(Burberrys)의 기원은 1800년대 비바람을 피
하기 위한 여러 가공법이 직물에 소개되면서 만들어진 레인코트(raincoat)로 거슬러 올라간
다. 1823년 스코틀랜드의 찰스 매킹트슈는 이중으로 된 직물 사이로 고무를 끼워 넣어 비
가 와도 빗물을 흡수하지 않고 발산시킬 수 있는 레인코트를 만든 후 '매킹트슈 레인코트'
라고 명명했는데, 이것이 레인코트의 기원이다. 그 뒤 기름으로 처리한 오일 슬리커라는 레
인코트가 개발되어 주로 바닷가에서 일하는 선원들에게 보급되었으나 기름이 다른 옷이나
피부에 묻는 단점이 있었다. 영국의 토머스 바바리는 이러한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연구
를 거듭한 끝에 1870년경 그 시대로서는 보기 힘든 새로운 소재의 옷감을 개발해 내기에 이
르렀다. 그 직물의 이름은 개버딘으로 불렸는데, 구김이 덜 갈 뿐 아니라 물방울이 옷감 안
쪽으로 스며들지 않도록 방수 처리된 옷감이었다. 특히 개버딘은 외부 기온의 변화에 신축
성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섬유여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특성을 지니고 있었
다. 초기에 개버딘으로 만든 '바바리 코트'는 영국 회사들에 의해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적
합한 레인코트로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활동적인 운동을 즐기는 스포츠 애호가들에 의해 개
버딘으로 만든 바바리 의상이 애용되었다. 바바리 코트는 1910년대 말 남성 정장 패션으로
크게 유행했으며, 이 무렵 반드시 바바리를 입어야 멋쟁이로 통할 정도였다. 바바리 코트는
남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보어 전쟁(1899∼1902) 때 군대용 제복으로 입혀졌으며, 그 후 제1
차 세계 대전 때에 '트렌치'(trench:야전 참호) 속에서 싸우는 보병들에 의해 전투복으로 착
용되었다. 그래서 이 군인용 코트는 '트렌치 코트'라고 이름지어졌고, 런던의 제조업자 아
쿠아스큐텀사와 토머스 바바리사에 의해 제조되어 군복으로 전쟁터에 공급됨으로써 런던의
'바바리' 코트가 유명한 트렌치 코트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트렌치 코트는 비 오는 날의 참호복이라는 사연 때문인지 우수가 깃든 옷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한 인식을 확고부동하게 만든 것은 바로 두 편의 영화였다. 1941년 제작된 <애수
>(Waterloo bridge)는 2차 대전이 배경이어서인지 인상 깊은 트렌치 코트가 자주 등장한다.
안개 자욱한 런던의 워털루 다리 위에서 두 줄 단추의 긴 더블 트렌치 코트를 입은 크로닌
대령(로버트 테일러 분)이 마이라(비비안 리 분)가 남기고 간 행운의 마스코트를 만지며 슬
프도록 아름다운 지난날을 회상하는 우수어린 모습이 관객의 마음에 갚은 인상을 남긴다.
또 한편의 영화로 <카사블랑카>(1942)년를 들 수 있다. 1940년 프랑스령 모로코의 항구 도
시 카사블랑카의 어느 카페를 무대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
만의 애잔한 우수가 영화 전편에 깔리면서 트렌치 코트의 우울한 분위기를 가장 잘 살려
주고 있다.
안개 낀 공항에서 연인이 사라진 하늘을 한없이 바라보는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트렌치
코트는 그 후 험프리 보가트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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