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영국이 산업 혁명을 드높이 외쳤을 때, 대도시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이에
따라 빈민촌이 급증하였다. 노동자 계급의 생활은 대체로 가난했다. 어린이까지 나서서 밤
늦도록 일해야 겨우 입에 풀칠할 수 있을 정도였다. 수도 사정도 좋지 못해서 빨래는 물론
식수도 제대로 확보하기 힘들었다. 공중 목욕탕과 공동 세탁실이 마련되긴 했지만 언제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고 그나마 위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노동자들은 이렇게라도 살아야
하는가 절망하면서 하루하루를 연명하였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법. 1860년대
부터 차츰 생활이 개선되기 시작하였다. 영국 노동자들은 이 무렵 토요일에 반일 휴가를
얻었으며, 큰 회사에서는 매해 14일의 유급 휴가를 보장해 주었다. 그리고 철도의 보급과
함께 여가를 내어 여행을 즐기는 가족이 차츰 늘어 나게 되었다. 철도 회사가 세계에서 처
음으로 관광 특별 열차를 운영한 것도 이때의 일이다. 바야흐로 '철도 여행'은 대중 레저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 후 철도망이 확대되고 철도 회사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승
객을 끌기 위하여 운임 인하 다툼이 벌어졌다. 또한 주말이라든가 휴일에는 값싼 3등 차표
를 발행하거나 특별 열차를 증편하여 해안이나 농촌, 특별한 행사가 있는 장소로 사람들을
대량 운송하였다. 한편, 농촌의 노동자는 당일치기 왕복 차표를 사서 도시로의 1일 여행을
즐겼다. 이렇게 해서 바스, 브리튼 같은 온천 지대나 해안의 행락지는 상류 계급에서 중산
계급으로 이용 계층이 확대되었고, 1870년대가 되자 일부나마 노동자 계급도 찾아 들기 시
작하였다. 이리하여 철도는 영국 대중 사회의 형성에 공헌했을 뿐만 아니라 대중의 도덕
적, 지적 수준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영국의 철도는 20세기 들어 또 한번 변화의 계기를 맞았다. 이른바 고급형 '특급 열차'가
새로운 여행 패턴으로 인기를 끌면서 '기차여행의 낭만'이 유행한 것이다. 20세기에는 영
국뿐만 아니라 프랑스에도 특급 열차 바람이 불었으며, 파리와 이스탄불을 잇는 오리엔트행
침대 열차가 연일 운행되었다. 1905년에는 유럽과 러시아, 극동을 통과하는 시베리아 철도
가 완공됨으로써 기차 여행객은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 났다. 이 같은 기차 여행의 열기와
탐정 소설의 유행에 힘입어 '철도 미스터리'라는 신선한 추리 소설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철도 미스터리'의 유행은 영국 작가 프리먼 크로포츠에 의해 시작되었다.
당시 영국은 본격적인 추리 소설의 황금 시대를 맞고 있어서 홈스를 비롯한 숱한 명탐정들
이 멋진 추리 솜씨를 발휘하여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고 있었다. 그런 무렵에 철도 기사를
퇴직한 크로포츠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추리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는 그때까지 무능
력자 취급을 받던 경찰관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또한 사건 현장을 '열차'로 선정하고 '알리
바이'를 사건의 열쇠로 삼았다. 그가 1920년 처음 발표한 <나무통>은 화물 열차에 선적된
궤짝의 내용물이 어떻게 바꿔치기 되는가를 긴박감 있게 전개한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신선
한 충격을 주었다. 처녀작의 성공에 마음이 흡족해진 크로포츠는 <폰슨 사건>, <프로테 공
원의 비밀>, (존 매길 경의 마지막 여행>, <열차에서의 죽음> 등등 장편 소설을 연이어
발표하여 철도 추리 소설의 일인자가 되었다. 이후 유명한 추리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도 끊
임없이 이동하는 열차의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즐겨 작품 소개로 삼아 영국 추
리 소설의 명맥을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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