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백화점 왕' 존 워너메이커는 소년 시절 적은 용돈을 가지고 어머니의 머리 장식
품을 사러 시장에 갔다가 점원에게 몹시 불친절한 대접을 받았다. 머리 장식품을 샀다가 마
음이 변화여 브로치로 바꾸어 달라고 했는데 거절당한 것이다. 그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내
내 불친절한 점원에 대해 분개하였다.
1896년 필라델피아에 17층의 거대한 백화점을 개설하면서 워너메이커는 판매 방법을 일신
하여 '고객에 대한 봉사와 친절'을 모토로 삼았다. 때문에 평판이 좋아지고 일약 백화점 왕
이란 명칭을 얻게 되었다.
'백화점'이란 문자 그대로 '온갖 물건이 다 있는 점포'라는 뜻이고, 영어 'department
store' 역시 '모든 분야의 상품을 구비한 상점'을 의미한다. 19세기 초 작은 상점으로 출발
한 파리의 봉마르셰 백화점을 흔히 최초의 백화점으로 본다. 1865년경 세계 최초로 백화점
의 면모를 갖추었으며, 호황에 힘입어 1876년 새건물로 이전했다. 백화점에 사람이 몰리자,
1860∼1880년경 파리 중심가에는 많은 백화점들이 세워지기 시작하여 백화점 시대의 개막
을 알렸다. 유명한 쁘렝땅 백화점도 1865년 문을 열었다. 백화점의 발전은 19세기에 시작된
대도시, 수송기관, 동력과 조명을 위한 전기 설비 등의 발달과 연관된다. 물류 수송이 손쉬
어지고 대형 건물의 휘황찬란한 조명 관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필연적으로 화려한 인테리어
로 장식된 백화점이 탄생한 것이다. 철과 대형 유리창의 대량 생산도 백화점 건축에 큰 역
할을 했다. 따라서 이 시기에 많은 잡화점들이 진열 상품의 종류를 늘리면서 백화점으로 성
장한 것은 시대의 자연스런 흐름이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점은 권위적이지 않으면서
대중적이고 개방적인 상점을 원하는 일반 서민들의 욕구가 백화점 성장의 주요한 배경이 되
었다는 것이다. 이런 시대 배경은 마치 오늘날 값싼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 욕구에 의해 대
형 할인 매장이 유행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백화점은 유럽보다도 1860년대의 아메리카에
서 잇달아 생기고 고속 성장을 하였다. 이 무렵 뉴욕, 보스턴, 시카고 등지에 대규모 백화
점이 들어서고 '손님은 언제나 정당하다'라는 영업 방침이 확고해졌다. 특히 워너메이커는
현금 판매·정찰제·품질보증·반품자유 등 4대 원칙을 확립하고 점원 교육과 후생 복지에
도 관심을 기울여 큰 효과를 보았으니, 이로 인해 '백화점=대중을 위한 고급 상점'으로서
의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이용에 힘입어 1920년대에 일부 상
점들이 여러 도시에 지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미국의 백화점들은 유태인들의 주도
하에 세워졌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왜 유태인들이 두각을 나타내었을까? 그것은 유태인들
의 생활 철학서인 <탈무드>와 관련된다. <탈무드>는 물건을 싸게 사들여 온당한 값으로
파는 것을 '기술'이라고 가르친다. 고객과 합의된 가격이라면 폭리라도 문제삼지 않는다.
고가품 매장의 백화점에 미국으로 이민간 유태인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런 정서적
배경 때문이었고, 그것이 그대로 적중하였던 것이다. 우리 나라에 백화점이 처음 등장한 것
은 20세기 초의 일이다. 1906년 일본의 미스코시 백화점이 서울에 지점을 설립하였으며, 한
국인이 세운 최초의 현대식 백화점은 1929년 박흥식이 서울 종로 2가에 세운 화신백화점
이다. 화신백화점은 일제 강점기 내내 관광 명소로도 유명했으며, 많은 시골 사람들이 구경
삼아 다녀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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