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근, 현대 비밀

태양 속으로 망명한 화가들

by Frais 2020. 8. 26.

  인상주의는 대상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찰나적인 인상으로 표현하
려는 경향의 예술 사조이다. 다시말해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자연에서 받은 순
간적 인상의 표현을 목적으로 하는 예술 운동을 가리킨다. 아틀리에에서 나와  바깥의 밝은 
태양 아래에서 사생했으므로 외광파라고도 한다. 인상주의의 출발점은 1863년이다.  그 해 '
낙선전'에 출품한  E. 마네(1832∼1883)의 <풀밭 위의 식사>가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 그의 
그림은 비평가들의 비난과 젊은 화가들의 환호를 불러일으켰으며, 후에 인상파의 핵심을 이
루게 되었다. 그 무렵 정체성에  빠져있던 화가들에게 마네의 그림은 어둠  속에 비춰진 한 
줄기 빛과 같은 영감이었다. 왜냐하면  벤저민 프랭클린에 의해 빛과 색깔의 관계가 해명되
고, 19세기에 들어서서 사진술의 완성으로 화가들의 그림이  더 이상 신비하거나 신기한 예
술로 보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황에 빠진 화가들은 새로운 길을 찾아 광분했고,  때마침 
마네의 그림에 자극받은 청년 작가들이 새로운 화풍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1860년대 중엽 프랑스의 마네, 모네 등을 중심으로 해서 시작된 이 운동에 곧 시슬레,  피
사로, 르누아르 등이 가담하였고, 1874년 인상주의 화가들은 작품을 줄곧 거부해 온  프랑스 
아카데미의 공식 살론전과 별개로 나다아르 사진관 2층에서 독자적인 최초의 전시회 '화가, 
조각가,  판화가, 익명 작가 협회 전람회'를 열었다. 문필가인  루이 르루아는 같은 해에 풍
자 잡지인  <르 샤리바리>에 기고한 글에서 모네의 그림 <인상:해돋이>의 제목을 따서 야
유 섞인 의미로 그들을  '인상파'라고 불렀다. 그러자 당사자인 화가들은 그 명칭이 시각적 
'인상'을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자신들의 의도를 잘 나타내 준다고 보고 기꺼이 받아들였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일찍부터 문학적 일화의 의미를 담은  역사적,  신화적 주제를 강요하는 
전통적 아카데미 회화에 불만을 느꼈기에 자연,   풍경, 사람들의 일상사 등에 관심을 가졌
다. 그들은 뛰어난 색감과 물감에 의한 다양한 질감으로 하늘과  바다의 변화무쌍한 순간적 
효과를 묘사했으며, 풍경, 나무, 집뿐만 아니라 도회지 거리  풍경과  철도역 장면까지 그렸
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또 야외에서 스케치한 것을 작업실에 가져와 유화로 완성하는  전통
적인 방법을 버리고 애초부터 야외에  나가 실제 사물을 보면서 그리는 방법을 채택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정물화(still life)에도 관심을 가졌다. 정물화는 17세기경 네덜란드에서 
독립된 장르로 확립되었다. 그러나 그 명칭이  18세기 초  네덜란드에서 '식탁 그림'이라는 
뜻으로 처음 쓰였던 데서 알 수 있듯 정물화가 회화사에 있어서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잡은 
것은 18세기 이후의 일이다. 정물화의 발생은 일상적인 것에의  관심과  표현에서 비롯되었
으며, 19세기 인상주의  이후의 화가들에게 빼 놓을 수 없는 장르가 되었다. 세잔느나 브라
크에서 볼 수 있듯 새로운 조형  실험의 좋은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상주의의  특징은, 
사물의 고유색을 부정하고 빛의 반사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색채를 표현하고자  한 
데 있다. 또한 그들은 태양 광선을 프리즘을 통해 7가지 색으로  분해하듯, 순도 높은 색만
을 화면에 담았다. 그 특색은 사물의 고유색을 부정하며, 그림자·빛·색의 결핍을 고려하지 
않고, 색조를 구분하여 난색과 한색의 대비를 원칙으로 삼는 점 등이다. 또, 색채를 짙게 칠
하여 시각적 자극 효과를 노리기도 했다. 1880년대 중엽에 이르러 인상주의 그룹은 개개 화
가들이 각기 독자적인 화풍과 원리를 추구하는 경향이 늘어 나면서  해체되기 시작했다. 그
러나 인상파는 짧은  존속 기간 동안 마술사의 한 획을 긋는 혁명을 이루었으며, 후대 예술
가들에게 현대적 기법의  출발점을 제공하였다. 빛의 반짝임과 색깔의 밝음, 순수함을 강조
한 인상파는 후에 동양화의 영향을  흡수해 신인상파, 점묘파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근, 현대 비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화점 시대의 개막  (0) 2020.08.26
자전거 타는 여자  (0) 2020.08.26
방울뱀은 청바지를 싫어해  (0) 2020.08.26
인형의 황금 시대  (0) 2020.08.26
핸드백의 역사  (0) 2020.08.2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