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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현대 비밀

물감을 아껴라

by Frais 2020. 8. 25.

  18세기 프랑스는 계속되는 전쟁 때문에 피폐해졌고 영화를 자랑하던 루이 왕조도 쇠망의 길로 치닫고 
있었다. 이 난국에 재정 쇄신을 꾀하기 위해 루이 15세(1715∼1774 재위)는  고등 법원에서 이름을 떨치
고 있던 에티엔 드 실루에트를 재정 대신으로 임명했다. 실루에트는 과감한 재정 개혁에 착수했다. 국고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였고, 국왕 개인의 경비도  과감하게 삭감하는 등 철저한 긴축  재정을 폈다. 그는 
화가들이 쓰는 화구에까지 제약을 가했다. 붉은색이나 청색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그림은 검은색 한가
지로만 그리도록 했다. 그러나 긴축 정책을 통해 지출을 절약하는  것만으로는 재정 확보가 미흡했기에, 
실루에트는 세입을 확대하고자 귀족 계급과 성직자들에게까지 세금을 부과하려 했다. 하지만 이 정책은 
기득권층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그는 결국 실각당하고 말았다. 실루에트는 만년에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그는 사람들이 호화로운 초상화를 그리는 데 큰 돈을 지출하는 것을 보고, 예의 절약 
정신을 발휘하여 그 인물의 특징을 옆 얼굴로 나타낸 그림자, 즉 흑색 반면상을 고안해 낸 것이다. 실루
에트가 고안한 흑색 반면상은 그 후 크게 유행하였고, 그의 이름을 붙여 이런 방법을 '실루엣'이라 부르
게 되었다. 한편 '실루엣'이란 말은 종이를 오려서  그림자 초상을 만들곤 했던 실루에트의 취미에서 유
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즉 그림으로 그린 '그림자'와 종이를 오려 만든 '측면 초상'이 18세기의 유럽과 미
국에서 개인적인 기념물로 널리 유행했는데, 이 측면 초상에 대한 실루에트의 취미와 그의 긴축 정책이 
어우러져 '실루엣'이란 단어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어느 설이 정확한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18세기 중
엽부터 시작된 실루엣 유행은 19세기 초까지 이어졌으며,  괴테를 위시한 저명 인사들이 실루엣을 다투
어 수집하였다. 당시 사람들은 실루엣을  목걸이로 만들어 목에 걸고 다니는가  하면 액자에 넣어 벽을 
장식하기도 했다. 또한 실루엣만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유명한 화가들도 많이 나타났으니 주요한 실루엣 
미술가로는 프랑시스 토롱, 존 미어스, 브라운 부인, 오귀스트 에두아르, 배담 부인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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