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새 대통령은 항상 성경 위에 한 손을 얹은 채 취임 선서를 한다. 미국인들은
성경을 이용한 선서의 절차가 헌법에 정해져 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 유래는 18세
기 말엽 조지 워싱턴(1732∼1799)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워싱턴은 미국 독립 전쟁(1775∼1783) 당시
혁명군 총사령관으로 활약했지만 결코 위대한 전략가는 아니었다. 전쟁터에서 자주 실수를 저질렀고,
17776년의 롱아일랜드 전투에서는 그의 판단 착오로 인해 군대 전체가 포로로 잡힐 뻔하기도 했다. 그
의 결점은 자신의 판단보다 휘하 장군들의 판단을 더 존중하는데 있었다. 중요한 작전을 앞두고 있을
때면 항상 참모 회의를 소집하여 그 회의에서 내려진 결정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는 강인한 성격에다
군인들로부터 신임을 얻고 그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는 능력이 있었으며, 정력적 활동과 풍부한 상식을
발휘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워싱턴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규율에 엄격했다는 점이다. 그는 비겁하
고 무능하고 정직하지 못한 병사들을 엄하게 징계하는 한편, 병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대륙 회의에
요구하였다. 때문에 그의 이런 단호한 태도는 영국 정예 부대에 비해 오합지졸에 불과했던 미국 혁명군
을 강력한 군대로 만드는 결정적 힘이 되었으며, 부하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원동력이 되었다.
독립 전쟁은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 워싱턴은 나라의 틀이 완성되면 은퇴하여 사생활을 즐길 작정이
었지만, 사람들은 그를 초대 대통령 후보로 추대했다. 1789년 초 선거인단은 만장일치로 그에게 표를 던
졌고, 그는 마지못해 대통령직을 수락했다. 워싱턴은 그 해 4월 30일 뉴욕에서 미국 초대 대통령에 취임
했다. 취임식은 오늘날 워싱턴 동상이 서 있는 자리와 가까운 월 스트리트에서 열렸다. 그는 로버트 리
빙스턴 대법관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한 뒤 의회에서 취임 연설을 했다. 그런데 워싱턴은 대통령 취임식
을 할 때, 아무 대상 없이 그냥 선서만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묘안이 없을까 궁리 끝에 그는 독립
전쟁 당시 비밀 결사 조직에서처럼 성경 위에 손을 올려놓고 즉석에서 선서문에 "신이여 도와 주소서"
라는 말을 붙이게 되었다. 이 모습이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 이후 미국 대통령들의 선서 관행이
되었다. 하지만 성경책 자체에는 변화가 있었다. 아이젠하워와 부시 대통령은 워싱턴이 손을 얹고 선서
했던 바로 그 성경을 취임 선서에 사용했으나 나머지 대통령들은 모두 자신과 인연이 깊은 성경을 들고
나왔다. 클린턴 대통령의 경우, 두 차례의 취임식에서 모두 할머니로부터 선물받은 성경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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