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공을 훨훨 날아 보고픈 인간의 욕구를 최초로 실현시켜 준 것은 열기구이며, 이는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1903)보다 1백20년이나 빨랐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동력이 있는 비행선이 등장하게 되
었고, 사람들은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며 환호하게 되었다.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의 부력을 이용해
열기구가 처음 하늘을 날게 된 것은 18세기 후반의 일이다. 1783년 프랑스의 몽골피에 형제가 열기구를
발명하여 6월 5일 무인 공개 실험에 이어 9월 19일 베르사유 궁전 앞 광장에서 양, 닭, 오리를 태워 하
늘로 날려 보냈다. 가슴 졸이며 실험을 지켜본 관중들은 발명자보다도 더욱 환성을 질렀고 즐거워했다.
인간의 위대성에 감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1월 21일 몽골피에 형제는 유인 비행에 성공하였고, 1785
년 1월 7일에는 도버 해협 횡단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프랑스인들은 열기구의 발명을 영국에 대한
군사력, 기술력의 우위를 과시하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1803년 프랑스가 잉글랜드를 침공할 때 수십 개
의 열기구를 동원하여 공중에서 돌 덩어리, 폭탄 등을 투하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당시 프랑스 만
화가는 이런 사실을 '새로운 기술의 승리'라며 기록으로 남겼다. 스스로의 동력으로 추진되는 비행선은
19세기 중엽에 처음 등장하였다. 1852년 프랑스의 앙리 지파르가 만든 비행선이 그것으로, 그는 3마력을
내는 160kg의 증기 기관을 장착해 시속 10km로 비행했다. 이어 1897년 독일에서 선체가 알루미늄관으
로 된 경식 비행선을 제작함으로써 본격적인 비행선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비행선이 활약한 시기는 20
세기 초의 약 40년 간이다. 1900년부터 독일의 페르디난트 폰 체펠린 백작은 대형 경식 비행선인 체펠
린 비행선을 만들었으며, 제1차 세계 대전 때는 이 비행선들이 파리와 런던을 폭격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 후 각국이 모두 제작에 나섰지만, 독일은 비행선 개발에 관한 한 선진국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1920
년대와 1930년대에는 유럽과 미국에서 비행선이 속속 만들어졌고, 1919년 7월 영국의 비행선 R-34는 대
서양 횡단 왕복 여행에 성공했다. 1928년 독일에서는 체펠린의 후계자인 후고 에케네 박사가 '그라프체
펠린호'를 완성시켰다. 이 비행선은 폐기될 때까지 9년 동안 144차례의 대양 횡단을 포함, 590차례의 비
행 기록을 수립했으며, 비행선으로서는 유일하게 세계 일주에 성공했다.
이처럼 비행선이 큰 인기를 끈 데에는 '하늘을 난다'는 쾌감도 작용했지만, 쾌적한 승차감도 단단히
한몫 했다. 비행선은 비행 중 요동이 거의 없으므로 탑승자들은 불안감을 느끼지 못했고, 그런 이유로
비행선에는 안전 벨트가 설치되지 않았다. 비행선이 바람의 영향을 받는 것은 지상에 머무를 때뿐이었
기 때문이다. 따라서 탑승객들은 여행의 정취만 만끽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비행선 운항은 의외의 사
고에 의해서 돌연히 그 막을 내리고 말았다. 1936년 독일과 미국 간의 대서양 횡단 10회 정기 왕복 비
행을 위해 힌덴부르크 비행선이 만들어졌는데, 보통 한 번의 비행으로 맨해튼 남쪽 50마일이나 떨어져
있던 뉴저지 주의 레이크허스트 해군 비행장까지 지속적으로 날아갈 수 있었다. 비행선의 크기는 축구
장 3개를 합해 놓은 정도의 길이로 사람들은 그 엄청난 규모에 '참사'는 생각지도 못했다. 비극은 도착
직전에 일어났다. 그 해 5월 6일, 힌덴부르크호는 첫 번째 북대서양 정기 횡단 운항을 위해 돌아오던 중
저녁 무렵 레이크허스트 공항 상공에서 대폭발하고 말았다. 사고의 원인은 '연료'에 있었다. 당시 비행선
은 수고 또는 헬륨을 연료로 쓰고 있었으며, 헬륨이 비싸긴 하지만 안전도가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러나 세계 유일의 헬륨 생산국이던 미국이 나치 정권하의 독일에 헬륨 수출을 거부한 탓에
부득이 수소를 사용하다가 대형 사고가 일어났던 것이다. 원래 비행선은 날씨가 좋지 않을 때에는 선체
가 손상되기 쉬워 사용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수소를 가득 채운 힌덴부르크호가 폭발하는 등 연속
적인 참사가 일어나고 비행기가 개발됨에 따라 대부분의 비행선은 1930년대 이후 상업적으로 거의 사용
되지 않게 되었다.
'근, 현대 비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습니다 (0) | 2020.08.25 |
---|---|
오늘 저녁은 밖에서 먹을까 (0) | 2020.08.25 |
나폴레옹이 일곱 번 읽은 소설 (0) | 2020.08.25 |
맥주는 사이다의 어머니 (0) | 2020.08.25 |
커피와 카페 (0) | 2020.08.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