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은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서양의 몇몇 나라들에서 연인의 날, 즉 발렌타인 데이로 알려져 있
다. 어떤 연유로 이 날에 맞춰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풍습이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다. 전
설상의 순교자 성 발렌티누스가 순교한 날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사랑 고백'과 아무 관련이 없음은 확
실하다. 이날 연인들이 주고 받는 발렌타인 카드 선물 관습 역시 성 발렌티누스나 그의 생애에서 일어
난 사건들에서 단서를 찾기 어렵다. 발렌타인 데이의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째, 2월 14
일이 로마의 중요한 풍요 축제였던 루페르칼리아의 전야였던 데 기인한 것으로 축제 분위기에 맞춰 젊
은 남녀들의 만남 행사가 벌어졌다는 설이다. 둘째, 겨울잠에서 깨어난 새의 암수가 2월 14일에 서로 짝
짓기를 한다는 영국의 속전이 성 발렌티누스의 제삿날과 우연히 맞아떨어져 연인의 날이 됐을 것이라는
설이다.
기원전 4세기 로마에서는 해마다 2월 15일이면 루페르크스라는 신의 제전이 열렸는데 이때 젊은 남자
들은 처녀들이 자신의 이름을 써서 상자 속에 넣으면 제비뽑기를 할 때까지 연인으로 지냈다. 처녀가
좋아하는 남성이 자기 이름을 뽑았을 때에는 행복한 결혼 생활로 이어졌다. 그런데 초기 교회의 신부들
은 8백여 년이나 계속된 이 음란한 행사를 막기 위해, 순교한 성인 발렌타인을 이 행사에 끌어들였다.
496년 교황은 이 제전을 금지시키고 제비뽑기 행사만 남겨 발렌타인의 날로 정했다. 뽑기 상자 안에는
여러 성인의 이름을 넣어 두었다. 그러나 관습을 바꾸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로마의 젊은이들은
행사 당일에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으므로 하루 전날인 2월 14일 사랑의 메시지를 적은 카드로 처녀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유혹'의 의미를 퇴색시키려고 젊은이들은 이 카드에 성 발렌타인 이름을 기입했다.
16세기에 들어와 연인들은 장갑과 양말 대님 등 애정을 표시하는 선물을 주고 받게 되었다. 하트와 꽃
그리고 자신을 과장하여 그린 초상화도 선물로 이용되었다. 이 무렵 종이로 만든 발렌타인 카드가 나왔
다. 발렌타인 데이 풍습은 17세기에 영국과 프랑스, 미국에서 크게 유행했지만 이탈리아와 독일에서는
그러한 풍습이 소멸했다. 18세기 중엽에 이르러 발렌타인 카드가 대중들 사이에 새로이 유행함에 따라
발렌타인 데이는 획기적 변화를 맞았다. 처음에는 금박 날씨와 종이 레이스로 장식을 하고 자필로 사랑
의 시를 써 넣는 방법이 유행했다. 19세기 초에는 기계로 제작된 발렌타인 카드가 팔리기 시작하면서
사랑의 표현은 수지맞는 사업이 되었다.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 사이에는 큐피드와 꽃다발 그리고 조개
껍데기로 장식한 카드가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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