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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현대 비밀

껌 팔아서 백만장자 된 사나이

by Frais 2020. 8. 27.

  미국 껌의 대명사는 '리글리 껌'이지만, 윌리엄  리글리(William Wrigley Jr. 1861∼1932)
가 껌을 발명한 것은 아니다. 리글리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껌을 본격적인 상품으
로 만들어 거부가 된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리글리는  시대의 우연한 행운아가 아니었다.   
그는 '경품'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식사 뒤 껌 씹는 유행을 탄생시킨, 판매  전략의 
천재였다. 윌리엄 리글리는 소년 시절 악동으로 이름을 떨쳤으나, 비누 공장을 운영하는  아
버지의 일을 돕던 중 판매에 대한 스스로의 자질을 확인하였다. 
13세 때 리글리는 내심 못 미더워하는 아버지를 설득한  끝에 비누 판매 여행을 떠났다. 리
글리는 예상 외로 판촉활동을 잘했다. 더구나 그의  판매 비결이 공손한 태도와 끈기에  있
었기 때문에 부모는 더욱 놀라워 했다. 말썽쟁이 악동이 예절 바른 세일즈맨이 되다니 믿기
지 않는 일이었으나, 그의 판매 실적은 나날이 늘어갔다. 최초의 판매에서 리글리는  대단한 
끈기를 발휘했다. 그가  외판원 자격으로 처음 방문한 곳은  펜실베니아 주 웨스트체스터였
는데 그는 이 곳에서 아주 깐깐한  상인을 상대로 판매전을 벌이게 되었다. 리글리는 '개시 
상품'이니 팔아 달라고 정중히 부탁했으나 상인은 바쁘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하지만 2
시간에 걸친 리글리의 끈질긴 설득에 못 이긴 상인은 마침내 선언했다. "이봐, 어린 친구. 
내가 오늘 다른 일을 하자면 자네  비누를 사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군." 이 판매를 통해 
리글리는 사회 활동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되었으며 일을 통해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
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얼마 후 리글리는 유난히 고집 센 시골 도매업자와 비누  판매를 놓고 맞붙게 되었다. 이때 
리글리는 엄동설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그 도매업자의 집 앞에 텐트를 치고 밤을 새운 
결과 마침내 비누 주문을 받아 내고야 말았다. 리글리가 얼어  죽을 것을 염려한 나머지 상
인이 그의 요청을 수락한 것이다. 리글리는 끈기와 더불어 사교성도 풍부했다. 비누  주문을 
성사시키려고 상담을 벌이다가도 실패하면 언제나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어 고맙다는 
인사말을 상대방에게 남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리글리의 이 같은 공손함에 감탄한 나머지 
일단 구매를 거절했던 상인들도 잠시 후 생각을  바꾸어 주문을 해 오곤 했다. 리글리의 끈
기는 결코 '무식한 돌진'이 아니었던 것이다. 리글리는 훗날 판매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
다. "판매의 요체 가운데 하나는 언제나  예의 바르고 참을성을 발휘하며 절대 쓸데없는 논
쟁을 하지 않는 것이다."
  20세가 되었을 때 그는 벌써 빈틈없는  장사꾼이  되었으며 아이디어를 접목하는 재능을 
보여 주었다. 
리글리는 판촉 활동 강화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던 중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
다. 경품이었다. 오늘날에는 판촉 강화의 일환으로 경품을 제공하는  일이 흔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그런 상행위는 전혀 없었다. 즉 경품은 리글리가 최초로 고안한 판촉 행위였던 것
이다. 경품을  붙여 파는 방법을 시도한 결과는 의외로 대성공이었다. 1891년, 30세가 된 리
글리는 심각하게 독립을 검토했다. 언제까지 아버지의 일만을 대신하고 싶지는 않았다. 더욱
이 판매에는  자신이 있었으며 독자적 판매점을 갖고 싶기도 했다. 독립이 두려운 일이기는 
했지만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글리는 마침내 시카고에 비누 판매 대
리점을  개설하면서 독립했다. 첫 상품은 아버지가 생산한 비누였다.  그 해 리글리는 비누 
한 상자당 베이킹 파우더 한 봉지를 제공하는 경품 판매를  실시했다. 이듬해(1892)에는 부
수적 상품으로 베이킹 파우더를 팔면서 경품으로 껌을 주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껌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1892년 밀가루 한 포대마다 껌 두 개를 경품으로 주었더니 채 몇 달이 되기
도 전에 고객들은 베이킹 파우더 말고 껌만 팔 수 없느냐고 자주 문의를 해 왔다.  이 무렵 
다른 상인들도 경쟁적으로 경품을 붙여 팔기 시작했으므로 리글리의 판매 이윤은 많지 않았
다. 리글리는 또 한 번 결단을 내렸다. '껌은 신통치 않은 과자인데 어째서 소비자들이 찾을
까? 사기에는 망설여지는 상품이어서  그럴까? 어른들의 마땅한  군것질이 없기 때문일까? 
그래, 분명히  껌의 존재 가치는 있는데 그  필요성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 거야. 내가 껌의 필요성을 개발해 내어 상품화해서  팔아 보는 거야.' 실로 '껌
의 왕'으로서 대성공하게 될 계기를 이루는 순간이었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 리글리는 이렇
게 회고했다. "어쩌면 이것이 세계적으로 발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무슨 확
고한 신념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어쩐지 껌  속에 그렇게 느끼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았다." 그  해 말, 리글리는 다른 모든 상품을 정리하고  껌만 파는 데 주력했다. 그는 전
국을 돌며 특유의 설득력으로 잡화상 진열대마다 자신의 껌이 놓이게  했다. 껌에 손 댄 첫 
해에 리글리는 열차 속에서 1백 87일을 보낼 만큼 정력적으로 뛰었다. 
또한 리글리는 판매 촉진책의 일환으로 자신의 껌을 15달러어치 이상 사 주는 모든 상인들
에게 저울 하나씩을 선물했다. 저울에 이어 주문 규모에 따라  시계, 커피 분쇄기, 낚시  도
구 같은 경품을 주었다. 이런  혜택에 힘입어 상인들은 이왕이면 리글리  껌을  소비자에게 
권하기 시작했다. 리글리의 이윤은 형편없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날로 높아 갔다. 요즘  기업
들이  사용 실적에 비례하여 사은 선물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전적으로 리글리의 아이
디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리글리는 상인으로부터 주문을 받을 때  매우 대담한 정산 방식을 택했다.  즉 첫 거래를 
할 경우 원하는 양을 그대로 보내  주고 판매 대금에 대한 재촉을 하지  않았다. 보내 주면 
받고 안 보내 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다음 주문이 오면  반드시 먼젓번 거래 대금에 대한 
청산이 끝나지 않는 한 상품을 보내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껌 백통(갑)을 보냈다 하면 혼
자서 다 먹진  못할 것이다. 반드시 팔았을 것이며, 여러  사람이 씹었을 것이다. 그러면 결
국 선전이 되는 것이니 껌 백 통의 값을 떼인다 하더라도 선전비로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
의 상술은 적중하였다. 확실한 주문자가 이 무언의 광고로 늘어 났으며,  리글리에 대한 신
뢰와 애정도 커져 갔다. 리글리는 또 하나의 혁신적 판매술을  창안했다. 각 음식점의 계산
대 옆에 그이 껌을 진열함으로써 식사를 하고 나오는 손님들의  눈에 금방 뛰게 한 것이다. 
이 판매술은 적중해서 식사를 마친 손님들은 습관처럼  껌을 씹게 되었다. 리글리가 퍼뜨린  
이 유행은 곧바로 미국 전역의 식당으로 확산되었으며 계산대 옆의 껌은 식당을 찾는 고객
들의 인기를 끌었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의 많은 식당에서는  껌이나 사탕 또는 요구르트를 
식사 마친 손님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이것 또한  리글리의 아이디어를 응용한 것이
라 하겠다.  리글리의 독창적 판매술은 전적으로  그의 천부적 재능에 탄생한 것은 아니다. 
그는 자나 깨나 '보다 유효한 광고'만을 생각하고 그 결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언제나 긴장해서 사업을 해 나간다'는 것이  리글리의 사업 신조였다. 
한 번은 세계 일주 여행을  즉각 중단하고 돌아와 새로운  판촉술 개발에 몰두했으며, 캘리
포니아 남부 해안으로 여행했을 때엔 뜻한 바 있어 외딴 섬  산타카타리나를 구입하기도 했
다. 리글리는 그 섬을 구입할 때 겉으로는 휴양지 개발을 외쳤지만 사실은 껌  판매를 위한 
작전이었다. 예상대로 그가 외딴 섬을 사들이자 언론들이 다투어 그 사실을 흥미롭게  보도
하였고 자연스레 홍보가 되었다. 리글리는 그가 사들인 프로 야구 구단 시카고 커브스의 전
지 훈련을 그 섬에서 실시하도록 함으로써 치밀한 광고 효과를 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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