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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현대 비밀

누드 결혼식

by Frais 2020. 8. 25.

  1700년대 영국과 미국 일부 지방에서는 신부가  속옷이나 누드 차림으로 결혼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
다. 주로 재혼하는 신부들 사이에 이런 유행이 있었는데, 신부가  결혼하면서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했을 
경우 빚쟁이들이 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관습에 근거한 것이었다. 어떤 신부들은 이러한 관습에 극단
적으로 충실하여 벌거벗은 채 결혼식을 올린 경우도 있었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묘한 불문율 때문에 비롯된 유행이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결혼 전 아내가 진 빚
에 대해서 남편이 책임질 의무가  없다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었다.  결혼은 새로운 탄생에 버금가는 
신성한 일이므로 결혼을 계기로 이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해석이었다.  따라서 아무리 빚을 많이 
진 여성이라 하더라도 맨몸으로 시집을 가게 되면 그 날로부터 '자유의 몸'이 되어 채권자들에게서 해방
될 수 있었다. 특히 남편에게 채권을 이행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입장에서 정작 본인이 속옷 하나만 
달랑 입고 시집갈 정도로 가진 게 없다고 버틸  때, 대다수 빚쟁이들은 입맛만 다시며 포기하기 일쑤였
다. 그래서 당시 빚쟁이들은 채무자가 결혼하게 되는 것을  가장 싫어했을 뿐만 아니라 종종 식장에 나
타나 빚을 진 신부가 실제  '속옷 결혼'을 하는지 안 하는지  지켜보기도 했다. 물론 마을 사람들에게는 
좋은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았지만 채권자인 빚쟁이나 채무자인 신부에게는 똑같이  그 상황이 끔찍스러
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빚진 신부들은 채무 해결을  위하여 용감하게 속옷 바람으로 결혼식장에 등장했
다. 하지만 일부 빚쟁이들은 만만치 않게 대응했다. 최후의 순간 방심한 틈을 노리고 있다가, 신랑이 신
부에게 사랑의 언약으로 끼워 주는 결혼 반지를 즉석에서  탈취해 가기도 했던 것이다. 없이 사는 티를 
있는 대로 내야 했던 당시 신부들의 '웨딩  드레스'도 천태만상이었다. 속옷 몇 개만 걸친 신부에서부터 
침대 시트를 둘둘 말고 나온 신부,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뜻으로 과감히 누드 결혼을 감행하는 용감한 
신부 등에 이르기까지 한마디로 가관이었다. 신대륙의 경제적 형편이 좋지 못했던 시절이었으므로 발가
벗고 등장한 신부도 의외로 많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 남편들은 결혼 당일 첫 선물로 아내의 옷
가지들을 마련해야 했으며 나중에 이것이 예식 풍습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또한 결혼식장에 결혼 
당사자와 아무 관계도 없는 남자들이 구경  삼아 난리를 치고 모여드는 것이  유행이었음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속옷 결혼은 '슈미즈'라는 말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당시 사람들은 그 희한한 결혼 풍속을 '스목  결혼'
이라 불렀는데, '스목'이란 '머리 구멍 뚫린 의복'을 의미하는 말로 허름한 옷차림에 대한 비아냥이  섞인 
조롱이었다. 즉 신부가 걸치고 나오는 속옷을 의미했던  스목이 슈미즈라는 말로 변화하면서 여자의 양
장 속옷을 의미했던 스목이 슈미즈라는 말로 변화하면서 여자의 양장 속옷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그러
나 일단 결혼식이 끝나면, 신부는 화려하게 꾸민 결혼 예복을 입고 당당히 교회 문을 나서며 변제 능력
이 있는 여인으로 바뀌었으니, 그저 빚쟁이만 서러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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